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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무안공항 참사 원인이 밝혀지는 과정에 대한 기록

 
[들어가며]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론을 평가할 때 가장 간단한 해법이나 설명을 선호하는 철학적 원칙을 말한다.
 
예를 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을 지지하기 위해 "주전원"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도입해 행성의 궤적을 어렵게 설명하였는데 16세기까지 이 주장은 과학/철학계 정설로 받아 들여졌다. 복잡했지만 어쨋든 현상을 풀어내는데 성공했고 당시의 신학계의 주장과도 일치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구를 설명하는 이 복잡한 이론은 결국 코페르니쿠스의 간명한 지동설에 의해 거짓임이 밝혀졌다. 
 
간단하게 설명될수록 진실에 가깝다는 이 원칙은 과학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어렵지 않게 적용되는 것이 분명한다. 거짓을 말 하는 자는 계속해서 거짓에 거짓을 더해 길게 말하며 자신의 주장을 계속해서 바꿔대지만, 진실을 말하는 자는 짧게 설명하며 자신의 주장을 번복할 일 리 없다. 
 
[무안공항 참사, 정보 부족 기간 동안의 억측]
제주항공 E2216편은 2024년 12월 29일(일) 오전 9시 3분에 무안공항에 긴급 동체착률을 시도하다 안타깝게도 둔턱에 부딪혀 폭발하였고 탑승자 179명 중 177명이 사망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여객기 사고가 그러하듯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긴 조사 시간을 참지 못하고 언론과 네티즌들은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여러가지 억측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제한된 사건의 단편들로 인해 조악하게 추정된 시나리오들은 마치 사실인양 온라인 공간과 대중매체를 떠돌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사실로 인식되고야 만다
 
본 블로그는
  1) 부정확한 정보가 어떻게 진상을 왜곡시키며
  2) 그 왜곡된 견해들이 순차적으로 드러나는 단편적인 사실들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하는지를 시간대별로 기록하여 남겨 두고
  3) 사건의 진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간명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 가려진 팩트에 의해 어떻게 복잡하게 설명되는지까지 검토한 후
   4) 최종적인 정부의 공식 진상 조사 결과와 언론과 네티즌의 섣부른 억측이 어떻게 달랐는지까지 복기해 보려 한다. 
 
  ● 2024년 12월 31일(화), 사고 후 2일 경과
 
     [확정 사실 vs 불명]
    - 버드 스트라이크가 있었음은 확실
    - 기장이 고어라운드를 결심한 정확한 이유 불명
    - 버드 스트라이크가 기체에 준 영향 불명(양쪽 엔진에 모두 타격을 줬을 가능성 있음)
    - 당초의 계획된 활주로 착륙 방향이 아닌 정반대 방향으로 급하게 착륙하게 된 이유 불명
    - 약 20분 간의 고어라운드 프로시저를 진행하지 않고 급하게 선회한 이유 불명
    - 기장이 메이데이를 선언한 구체적 이유 불명
    - 메이데이 선언 후 관제탑과 교신이 두절된 이유 불명
    - 1차 착륙 시도 시점에 랜딩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알려짐
    - 2차 착륙 시도 시점에 랜딩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 불명
    - 2차 착륙 시도 시점에 수동 방식으로 랜딩 기어를 내리지 않은 이유 불명
    - 2차 착륙 시도 시점에 속도를 감속하는 플랩, 스포일러, 엔진 역추진이 되지 않은 이유 불명
      (유압계통 중 일부가 제기능을 하고 있어 플랩, 스포일러, 엔진 역추진을 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알려짐)
    - 관제탑과의 통신 기록 미공개, 랜딩 기어 오작동을 관제탑체서 발견하지 못한 이유 불명
    - 1차 착륙 시도 중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 시 착륙을 강행하지 않은 이유 불명
    - 로컬라이저 지지대가 사고를 키웠는지에 대한 여부 불명
 
      [언론과 대중들의 불완전한 추측]

 
  <동체착륙이 아닌 정상착륙 시도였다>라는 주장이 주류 의견인 상태
   - 정면에서 바라 본 2차 착륙 장면 상, 기장은 랜딩기어가 정상작동한 것으로 여기고 동체착륙이 아닌 랜딩기어를 활용한
     정상착륙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온라인 상에서 제기됨
   - 이 주장의 근거로
      1) 랜딩기어를 지상에 정상적으로 접촉시키려는 플레어 동작이 2~3회 반복됨
      2) 활주로의 중간부터 터치다운 시도함(랜딩기어의 브레이크를 염두한 것으로 추정)
      3) 동체착륙에 대비한 기장의 기내 안내와 관제탑과의 긴급 교신이 없었음
      4) 동체착륙 시도라고 생각하기에 너무 빠른 진입 속도            
 
   - 하지만 이런 주장은 랜딩기어 미전개를 기장의 오인으로만 가정할 뿐 나머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에 불과함
   - 랜딩기어 작동 오판이 있다 하더라도 기장이 랜딩기어 작동을 오판하게 하는 이유도 현재까지 불명임
   - 대형참사는 결국 기장의 선택과 관계없이 철근콘크리트도 된 둔덕에 의한 폭발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메이데이 선언과는 별개의 문제이기에 별건으로 접근하고자 함
 
확실히 확인된 사실만을 제한적으로 조금씩 전달하는 정부와 진상 조사를 급하게 요구하는 대중들간의 속도 차이로 인해 언론의 질문 제기와 네티즌의 억측 수준에서 사건의 진상 파악이 머물러 있다. 현재(2024.12.31)까지 이 복잡하고 참단한 사고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방법은 휴먼 에러를 전제로 접근하는 방법 뿐이기에  네티즌들이 랜딩기어 오인 쪽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정부의 추가조사 결과 발표에 의해 이런 접근은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히 끝까지 최선을 다한 기장에 대한 섣부른 비판은 고인과 고인의 유족들에게 큰 실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조사결과 발표가 절실히 요구된다.

만약 휴먼 에러를 제외하여 이번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쪽 엔진의 기능을 모두 잃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는데, 양쪽 엔진을 단 기간 내에 모두 잃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경우는 불운과 불운이 겹쳐야 하는 복잡한 설명이 따라 붙을 수밖에 없게 되며 사고 당시의 관측에도 위배되는 점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었을 때 대중의 해석이 어떻게 바뀔런지.

 

 

  ● 2025년 1월 04일(금), 사고 후 6일 경과
 
     [여전히 부족한 정부의 설명]
    - 지난 2024년 12월 31일(화)까지 확인된 정보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사고의 정황은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

     [SBS의 단독보도, 무안의 새떼]

    - 정부의 공식 발표는 신중을 기하며 미뤄지고 있지만, 언론과 네티즌들은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사건 당시를 재구성 해보려 노력하고 있음

    - SBS가 사고 시간 근처의 CCTV 영상을 정밀분석한 결과, 무안공항 인근에서 엄청난 무리의 새떼가 군무를 추고 있는 모습이 포착됨


https://www.youtube.com/watch?v=twny_C2jfcs

 

   [비행 레이더 기록과 국토부 발표의 괴리]

    - 당초 사고 당일 08시 59분에 복행이 시작되었다는 국토부의 공식 브리핑과 달리 레이더 기록(Flightradar24) 상 57분을 전후하여 사고기의 비정상적인 고도 감소가 있었고, 58분에 복행일 위한 고도 급상승이 있었다는 기록이 MBC뉴스를 통해 흘러나옴

    - 이 레이더 정보는 한 유튜브에서 이미 먼저 살펴 보기 시작했던 정보였는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다 MBC뉴스데스크를 통해 대중들에게 확실히 알려짐

    - 레이더 속 사고기의 움직임을 통해 미뤄 봤을 때 복행은 8시 58분에 이미 결정되어 실행된 상태로 추정해 볼 수 있다.

    - 이렇게 되면 8시 59분에 메이데이 선포와 함께 복행을 통부했다는 국토부 공식 브리핑이 틀린 것이 됨

    - 이 지점에서 일부 네티즌은 국토부가 왜 "복행 시기를 8시 59분"으로 최초 발표했는가에 대한 의혹을 던지기 시작함

    - 국토부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틀린 정보를 언론과 대중들에게 제공 했을까?

    - 아니면 8시 58분 모종의 충격 혹은 기능 오류로 레이더 정보가 잘못 기록된 것일까?

      (58분 18초 후 약 20초 간의 고도 급상승 구간이 오류라고 가정하면... 사고기의 고도가 일직선으로 이어짐)

한 유튜브의 레이더 움직임 분석이 MBC 공중파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파됨. 레이더 기록 오류일까? 국토부 브리핑의 누락일까?

 

복행 통보는 분명 8시 59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복행 통보는 1번 방향 재진입을 위한 것이 아닌 19번 방향 재진입을 위한 복행 통보로 추정됨. 그렇다면 1번 방향으로 정상적 복행 통보는 언제, 무슨 이유로 이뤄진건가?

 

혹시 레이더 기록이 오류라면? 오류라고 가정했을 때 고도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한다.

 

 

   [여전히 불환전하지만 바뀌고 있는 관점]

    - 4일 전, 부족한 정보들 속에서 네티즌들은 "휴먼 에러" 쪽으로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었으나 SBS 뉴스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새떼를 목격한 이후 여론은 급격히 새떼와의 충격에 의한 사고기의 기능 상실 쪽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함

    - 새떼가 무안공항에 늘상 이렇게 출현하고 있었다는 것은 습관적인 현상이었고 왜 하필 사고기만 불운하게 새떼와 만나 엔진을 모두 잃었는가 하는 질문이 여전히 남지만

    - 공중파 뉴스의 분석 영상 하나가 대중들의 해석을 크게 바꿔버림. 새떼와의 다중 충돌이 "양쪽 엔진 동시 기능 상실"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는 네티즌이 급격히 증가함과 동시에 "휴먼 에러"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던 여론이 크게 후퇴함 

 

    [정치적 책임과 사고의 연결]

    - 사고의 원인이 새떼로 옮겨지면서 무안공항을 굳이 조류 활동이 많은 곳에나 지어야 했는가를 따져 묻는 정치적 책임론도 함께 부상함

    - 이와 함께 사고를 크게 키운 것으로 여겨지는 "콘크리트 둔덕" 또한 공항 관리 운용 소홀 문제도 결국 낙하산 인사에 의한 무리한 의사 결정(공항공사 측)이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짐

 

     [추가된 정보에 의한 사고 분석의 변화와 그 특징]

사고 소식 이후 언론은 참사를 키운 둔덕에 집중한 반면, 네티즌들은 "왜"에 더 집중하며 다음의 사고기 움직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 왜 19번 방향의 2차 착륙 시도 시 랜딩기어를 펼치지 않았는가?

      - 왜 1차 복행을 하였는가?

      - 왜 2차 복행 중 급격하게 경로를 바꿔 19번 방향으로 긴급하게 착륙 시도를 하게 되었는가?

 

만약 엄청나게 큰 규모의 새떼를 정말 불운하게 만나 양쪽 엔진이 모두 기능 이상에 빠졌다면, 기장의 불가피했던 19번 방향으로의 동체 착륙 결정을 우리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서두에서 예로 들었던 천동설 사례처럼 우리는 가장 쉽게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는 중이며, 현상을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속속 드러난 정보들에 의해 시시때때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새떼는 늘 무안공항을 괴롭혀 왔었는데 왜 유독 이 날만 양쪽 엔진을 모두 고장낼 정도로 새떼가 사고기 쪽으로 다가 왔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1차 복행의 진짜 이유와 19번 방향으로의 긴급 선회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부의 보다 자세한 무선 통신 기록 공개를 기다려 본다.